🔴文學 속에 와인 한줄을 찾아서. 002

☞김승동詩人의 [당치 않은 꿈 ]


나의 소원은, 매일 아침 
아내가 짓는 따뜻한 밥 냄새에 일어나 
머리맡에 정갈히 놓여 있는 마른 속옷을 갈아 
입는 것 
식탁에 마주 앉아 도란도란 하루를 꺼내는 것 
아내의 코디에 따라 빗금무늬 넥타이에 
카키색 와이셔츠에 감색 양복을 골라 입는 것 
현관에 서서 물결 같은 아내의 눈동자에 잠시 
빠졌다가 
오른손으로 그 가녀린 허리를 감싸는 것 
촉촉한 입술에 젖은 채 귓전에 감미로운 
이국어를 남기는 것 
정확히 열 두시 오십 오분에 
점심 드셨어요?하는 아내의 리듬이 밴 
음성 메시지를 듣는 것 
이메일을 열면, 소녀가 
꽃비를 맞으며 나는 니가 그리워 하면서 
그네를 타고 있는 아내가 보낸 연두색 예쁜 
카드가 날마다 도착해 있는 것 
그리움에 잠시 창 밖 푸른 하늘로 내 눈길 
보내는 것 
해질녘 케니 지의 트럼펫 연주가 잔잔히 내리는 
레스토랑에서 붉은 [와인잔]에 내 가슴을 빠트린 채 
아내의 그 곱고 나즈막한 목소리를 듣는 것 
하늘엔 언제나 별 두개가 있는 밤, 손깍지를 꼭 끼고 
돌아와 아내의 예쁜 입술에 내 몸 무너지는 것 
나의 소원은, 날마다 
이런 가당찮은 꿈을 꾸다가 
어느 날 펑퍼짐한 아내에게 쫓겨나는 것